(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수중에 남은 돈이 없어요. 회원들 환불 비용 마련하느라 얼마 전에는 차까지 팔았습니다. 총 피해액만 15억 원 가까이 되네요. 너무 억울합니다."
지난 6월 10일 서울중앙지법 제10-1민사부는 서울 강남구청(원고)이 '바디스페이스' 대표 양치승(피고)에게 제기한 건물인도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1심에서 제대로 싸워보지 못하고 패소한 뒤, 절치부심으로 2심 재판을 준비했던 양치승 관장은 패소와 함께 7월 초 집행관들이 강제 집행을 하기 위해 헬스장에 들이닥치자 회원들의 피해를 우려해 폐업을 결정했다.
양치승 대표가 지난 18년 동안 운영해온 '바디스페이스'는 오는 25일 영업을 종료한다. 양 관장이 15일 자신의 SNS에 전화번호가 바뀌는 등 연락이 닿지 않는 회원들에게 '환불을 받고 개인 물품을 찾아가라'는 글을 올렸다. 이후 원하지 않은 폐업에 전세사기로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상황이 알려지면서 그의 계정에는 많은 이들의 격려와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19일 엑스포츠뉴스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바디스페이스'를 찾았다. 폐업을 일주일 채 남기지 않은 이곳은 남은 직원들과 몇 명 되지 않는 회원들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카운터에는 '부득이한 내부 사정으로 인해 25년 7월 25일 (금) 22:00시를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 마지막을 실감하게 했다.
양치승 관장은 엑스포츠뉴스에 "이게 나라인가. 어떤 나라가 더 짝짜꿍을 쳐서 임차인을 힘들게 하나. 너무 억울하다. 팬티까지 벗겨서 쫓아내는 느낌"이라며 억울함을 토해냈다. 이어 "대출을 받아 인테리어를 다 하고 들어왔다. 1년 조금 하다가 코로나19가 터져 3년을 어렵게 버텼다. 게다가 나가는데 보증금도 돌려주지 않는다. 시드 머니가 없으니까 다른 곳에서 헬스장을 차리기도 어렵다. 보증금이라도 주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나가서 차릴 돈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양 관장은 지난 2018년 지인을 통해 알게 된 민간 업체 관계자 A와 보증금 3억 5천만 원에 매월 수천만 원의 월세를 내는 임대차 계약을 맺고 헬스장을 차렸다. '10년, 20년 열심히 해서 돈을 많이 벌어라'라는 임대인의 말을 믿고 수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까지 마쳤다. 그러나 해당 건물은 강남구청이 주인이었고, A는 기부채납으로 건물을 짓고 20년간 무상사용을 한 뒤 기간이 지나면 관리 운영권을 넘겨야 하는 임대인이었다. A는 2022년 11월 9일 자로 권리가 끝나 명도를 넘긴다는 사실을 임차인들에게 고지하지 않은 채 계약을 진행했고, 설상가상 A는 현재 수중에 돈이 없다며 임차인들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고 있는 중이다. 강남구청 역시 퇴거 명령과 함께 임차인들에게 부동산 인도 소송을 걸었다.
양치승은 "원래는 근처에서 헬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 자리가 16년 동안 마트가 있던 자리라 자주 왔던 곳이었다. 마트 사장님에게 건물주가 어떤 분이냐고 물어봤는데 '바뀐 적 없이 그대로'라는 말을 들어 건물에 큰 이상이 없구나 생각했다. 이후 A를 만났는데 '유명인이 내 건물에 들어와서 좋다'고 하더라. 또 '아들이 살이 쪘다'면서 '양관장님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 밑에서 잘 배워서 나중에 체육관을 하면 좋지 않겠냐고 하길래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운동을 가르쳐서 바디프로필도 찍게 하고 군대 갈 때는 머리도 깎아줘서 보냈다. 밥도 자주 먹었고 방송이나 유튜브 촬영할 때 데리고 다니면서 노출도 시켰다. 친구 같은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했고 정말 그 친구가 잘 되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 아빠(A)가 이렇게 나올 줄 몰랐다"고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양 관장은 "구청과 A 모두 '2022년 11월 9일', 20년 만기가 끝나는 상황을 임차인들에게 정확히 명시하고 고지해야 하는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심지어 한 임차인은 등기부등본을 떼보고 강남구청에 연락을 했고 '계약을 해도 된다'고 해서 그 말을 믿고 계약했는데 4년 뒤에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나중에 공무원에게 물었더니 '4년 뒤에 나가는 걸 말할 의무가 없다'고 했다더라. 게다가 강남구청이 명도 소송을 걸어 강제적으로 내쫓으려고 하자, 변호사를 쓸 여력이 되지 않는 작은 가게들은 보증금도 못 받고 떠났다"고 밝혔다.
양치승에 따르면 강남구청과 A도 금전 문제로 갈등 중이다. 구청이 계약 만료 6개월 전에 통보해야 하는데 당시 구청장이 바뀌면서 1개월 전에 고지하게 됐고, A에게 함께 관리 중인 2호 주차장 만기일(2023년 8월)에 맞춰 정리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강남구청과 A의 협의'로 양치승을 비롯한 임차인들은 '2022년 11월 9일' 이후에도 A에게 임대료를 지불했는데, A가 이 임대료를 강남구청에 반납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생겼다. 뒤늦게 강남구청이 A의 통장을 차압했지만 해당 통장에 돈이 없어 회수가 불가능하자, 강남구청은 오히려 임차인들에게 고지서를 보내 임대료를 독촉했다.
양 관장은 "저는 A에게 임대료를 냈는데 저한테 돈을 다시 내라는 거다. 구청에 찾아가 '당신들끼리 협의했으면서 왜 나한테 돈을 내라고 하냐'고 했더니 'A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더라. 변호사에게도 물어보니 A한테 돈을 받아야한다면서 그래도 고지서는 내야 한다고 했다. 이건 분명 공무원 잘못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해당 공무원은 어떤 이유에선지 이후 파면됐다고 들었다. 그리고 A를 강남경찰서에 '사기'로 형사고소 했는데 '기망행위가 없다'며 '혐의 없음'으로 종결됐다. 내게 10년, 20년 장사하라고 하면서 임대가 끝나가는 기간을 알려주지 않았고, 중간에 필라테스 하던 공간을 복싱장으로 바꾼다고 했을 때도 아무 말도 없었다. 등기부등본도 17년도에 이미 정리를 해놨더라. 증거가 이렇게 많은데 기망행위가 왜 없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임대료 피해만 억대가 넘는다"며 울분을 토했다.
건물 보증금에 중복으로 내게 된 임대료, 인테리어와 각종 기구들, 변호사 소송 비용 등을 모두 합하면 15억 원 가까이 손해를 봤다. 양치승은 "피해를 당한 뒤 여기저기 언론과 방송을 통해 알리지 않았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때부터 상황이 안 좋아졌다. '사기당했다', '폐업한다'는 말이 나오니까 회원들이 확 줄었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피해액은 4~5억 원이지만 변호사 비용까지 합치면 15억 원이 넘는다. 얼마 전에는 회원들 환불 금액을 줘야하지 않나. 그 금액만 몇 천만 원이라 결국 차도 팔았다"고 속상한 마음을 전했다.
(현장포착②에서 계속)
사진 = 김한준 기자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